정읍시 태인면에 위치한 태인 양조장. 마당에 하나가득 있는 항아리에서 술 빚는 집이라는 모습이 풍겨나옵니다
이 많은 항아리에 다 술이 들어있는걸까요? 태인양조장, 송명섭막걸리, 송명섭 명인
술은 온도관리를 잘 해줘야 하니까 물론 아니겠지요....그래도 왠지 뚜껑을 열면 술이 하나가득 있을 것 같아요.
으리으리한 공장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담(?)한 모습에 더 궁금해집니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이 아궁이는 증류주를 내리는 곳이겠구나 라는 추측만 해봅니다. 송명섭 명인의 소줏고리라면 죽력고를 내리는데 사용하는 걸까요?
죽력고 제조 가공으로 식품명인 제 48호, 무형문화재이신 송명섭 선생님을 뵈러 들어갑니다..^^
미리 말을 안하고 방문했던지라.. 송명섭 선생님께 한 마디 들었습니다...^^;
"오늘 여기 무슨 목적으로 오신건가요...?"
배짱님 왈, 가양주만 집에서 빚어봤는데, 양조장을 눈으로도 보고 싶었고 워낙 유명한 막걸리라 하여 한 번 맛 보고 싶어 찾아왔습니다...라고 했더니 이야기를 술술 풀어주십니다
태인양조장, 송명섭막걸리, 송명섭 명인
양조장이라고 대량생산하라는 법은 없다. 송명섭 막걸리는 대량생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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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섭 막걸리는 여름 술은 여름 술 답게, 겨울 술은 겨울 술 답게 만든다. 겨울에 김장한 김치는 잘 익고 맛있는데 여름에 같은 레시피로 같은 재료로 담그는데 그 맛이 겨울 김치와 똑같지 않다. 이건 김치를 아무리 잘 담근다고 해도 동일하게 맞출 수가 없다. 발효음식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 지역의 기온, 습도, 기후 등 자연환경에 그 맛이 달라진다.
토종마늘(육종) 6조각하고 보통조각 마늘 6조각의 맛과 향은 다르다. 근데 레시피에 토종마늘 6조각이라고 써있던가? 그냥 마늘 6조각이라고 써져있을 뿐이다. 그래서는 그 레시피에서 말하고자 하는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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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술독 몇도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 저희 집이 25도 정도되는데, 그 정도에서 발효시키고 있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이야기 해주던가요?
- 수업에서 그렇게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아직 경험이 없어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서가에 꽂힌 다양한 양조 이론 책을 가리키시며) 어느 책에서도 25도라는 온도는 없어요, 여름에는 5일 겨울에는 8일 이런식으로 나와있지. 25도라고 안적혀있어요. 따뜻한 온기를 느낄때, 얼음처럼 차갑게 라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지, -2도 이렇게 적혀있지 않아요.
우리가 콩밥을 하는데,엄마들이 이렇게 말하죠. "엄마 이거 콩 어떻게 해?" " 어, 조금 불렸다가 해" "조금 불렸다가..?" 근데 우리는 이 조금이 어느 정도 인지 알아요.
문화의 흐름은 누가 글로 적어줘서 전달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김장하실때 정확한 레시피를 보고 하시던가요?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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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요리할 때 앞치마 두르세요? 캡은 쓰고요? (캡은 안쓴다고 했더니..) 식약청에서는 쓰라는데?
현실과 안맞는게 아니라 그것이 꼭 과학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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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 우리는 봄에 맛있게 먹어요. 늦은 여름이나 가을에 쑥국 먹으면 맛 없어요. 봄에 먹어야 봄을 느끼는 쑥국인거죠. 음식, 느낌으로 먹어야지. 봄 냉이를 냉동시켜 겨울에 먹으면 그건 봄에 먹던 그 냉이국이 아니에요. 음식은 그 레시피가 정확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문화에 따라 주어진 여건에 맞춰서 만들어 진 것이 음식이에요.
갑자기 고향을 물어보시더니, 미역국 어떤식으로 해먹느냐 물으신다. 배짱님은 거제도에서 어머님이 도다리를 미역국에 넣어주셨고, 나는 그냥 소고기를 넣어먹는다 했다.
이건 문화가 다른거에요. 제주도에서는 미역국에 갈치를 넣어요. 이건 귀한 손님, 사위에게 끓여주는 음식인데, 우리가 이걸보고 "에이, 어떻게 미역국에 갈치가 들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나요? 그럴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해서도 안되고. 음식 맛을 평할 수 있는건 짜고 맵고 싱거운 것을 평할 수 있는 것이지, 미역국에 갈치? 미역국에 도다리? 이런 것은 평할 수 없는 겁니다.
송명섭 막걸리가 유명한 것은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대로 술을 만들어요. 특별히 다른 술을 만들지않아요. 왜? 이 술이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술은 아닐지 언정, 정성껏 손껏 만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거기에 첨삭을 하려하지 않아요. 왜냐, 음식이니까..
음식.
음, 마시는 것. 식, 씹는 것. 음식하면 반찬, 찌개 이런것만 음식이라하지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술, 차는 음식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술은 음식이에요. 음식은 공산품이 아니니까 맛이 일정할 수 없어요. 그런데 자꾸 일정한 맛을 내라고 강요합니다. 사람들이 단맛을 좋아하니까 단 것도 많이 넣으라고 하구요.(합성감미료..겠죠?) 저는 그렇게 술을 빚어 본 적이 없어서 못합니다.
여름에 만드는 막걸리와 겨울에 만드는 막걸리는 맛이 다른게 맞아요. 근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술 맛이 다르면 손님이 항의를 걸어요. 왜 이거 맛이 다릅니까? 옛날에 내가 먹었던 맛이 아닙니다. 라고 합니다. 근데 알다시피 막걸리는 쌀, 물, 누룩이 만드는데 누룩 속에 뭐가 있죠? 미생물, 효모.. 효모가 기분이 좋으면 술을 잘 만들고 나쁘면 술을 못 만들어요. 기분이 좋다는 것은 발효 온도나 조건이 맞으면 잘 만들어요, 여기까지는 과학입니다.
과학이 아닌 것을 설명하자면, 고두밥 널어서 식히죠? 누룩도 법제한다고 식히죠? 공기중에는 수 많은 세균이 있어요.
효모가 출아하는데 걸리는 시간 1.8시간. 2배씩 늘어나게 되면 1=>2=>4>16>132> ...
그래서 무의식 중에 정성껏 빚으라. 라는 말이 있는거에요.
전통주를 빚을때 온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귀밝이술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부분으로 자연스레 넘어갔는데, 기록은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술을 만드는데,, 언제 술을 제일 많이 마실까요?
"생일날? 명절?"
우리 술 중에 귀밝이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월대보름에 마시는 술. 귀밝이는 온집안 식구가 다 마십니다.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이 날이 술을 제일 많이 마시는 날입니다. 귀밝이술이 나오려면 적어도 20일전에 담궈놨을거 아니에요? 정월대보름에서 거꾸로 20일 전으로 가면 12월 말일. 그 날을 어른들은 섣달 그믐이라고 하죠. 섣달그믐은 아주 추울때에요. 제일 추울때. 그때 술이 담궈져서 술이 만들어져요.
...
거의 두 시간이 흘러갈 무렵, 이제 술 맛을 보자 하십니다..^^ 꺄!
소금을 혀 밑에 넣고 술 맛을 보라고 하십니다.
달짝지근한 맛이 나네요. 이건 우리의 감각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증거라네요..그래서 단맛의 강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소금이 그 맛을 깨우쳐주고 있는겁니다. 물론 상승작용이 나고 있긴 하지만.
술을 많이 먹게 하려면 다시 찾게 해야하는데, 그럼 거기에 구연산을 넣어요. 다시 땡길 수 있는 맛, 신맛. 입맛을 당기게 해주고 단맛을 나게해줘야 하니 단맛을 넣어주고. 송명섭 막걸리에 그런 맛을 요구하면 제가 힘들어집니다. (^^ㅎㅎ)
이제 막 우리 술에 관심만 가득할때 실질적인 이론에 관해 무지한 상태에서 찾아뵈었는데도 우리 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을 내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렸습니다. 다음에 오면 증류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겠다고 하시니, 아마 증류주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죽력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그때까지 명인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인주조장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 태흥리 392-1
063-534-4018
태인양조장, 송명섭막걸리, 송명섭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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