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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박구주막 (휴업)/술도가 탐방

[충북 청주]막걸리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충북의 대표 양조장, 세종주조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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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세종주조 탐방을 위해 청주로 떠났습니다~^^  다양한 양조장도 많은데 세종주조를 선택한 이유는 일반적인 쌀막걸리 이외에도 다양한 부재료를 가지고 많은 막걸리를 연구하고 제조하는 업체인지라...양조장도 궁금했고 대표님도 어떤 분이실지 궁금했습니다. 기대를 안고 도착한 청주. 청주날씨...예사롭지 않아요. 온 동네에 하얗게 눈이 쌓여 백의 도시같았어요 ㅎㅎ 서울보다 더 추운 것 같습니다.. 얼음2 
좋은 술맛은 좋은 물맛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종주조 근처에 천이 있어 그런지 안개까지 자욱~ 했어요. 

드디어 도착한 조은술 세종!

지금껏 다녀왔던 양조장 중에 규모가 으뜸입니다. 으리으리하죠..^^?

대표님이 계신 방안에 들어오니...이야.. 지금 세종주조에서 나오고 있는 상품들입니다. 어림으로만 세어봐도 10가지가 훨~씬 넘네요. 번지수를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기 유명한 알밤막걸리도 보이네요^^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님이십니다. 

오늘 보게 될 술 빚는 코스와 막걸리를 빚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고 계십니다^^

세종주조에서는 항아리용기 대신 스텐용기를 사용합니다. 항아리는 벽면에 공기구멍이 있어 살아있는 용기인데 효모가 이 구멍으로 들어가게 되죠.. 이 술 맛을 내는 효모가 아주 예민한지라 약간의 환경변화 등의 이유로도 토라질 수 있습니다..^^; 효모가 꼬이게 되면 술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일정한 맛 유지를 위해 스텐용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주조하는 과정에서 발효제로 사용하는 균은 좋은 균을 사다 직접 배양하여 사용하신다고 합니다. 세종주조는 백곡균 사용^^ (입국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누룩의 향 풍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누룩을 사용하시긴 한다고 하네요 !

아직까지 한국에서 술 빚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누룩균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저도 뉴스에서 들었던 소식인데 한식연(한국식품연구소)에서 다양한 균들을 연구개발했지만 실용화 단계까지는 아직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맛을 내는 균들이 상용화되어 우리 막걸리도 다양한 맛을 내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양주를 공부하는 제 입장에서는 술을 빚을 때 전통누룩을 선호하게 되는데 양조장에서는 누룩보다 입국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술 공부하며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규모가 큰 주조장에서 입국을 사용하는 이유는 전분을 당화시키는 힘이 누룩보다는 균으로 똘똘 뭉쳐진 입국이 더 세기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주세법 기본분류상 술 빚을 때 사용되는 누룩의 역가 기준은 300sp인데, 가끔 시중에 판매되는 전통누룩을 구매하다 보면 역가 표시가 그냥 300sp 이상이라고 적혀져있는걸 본 적이 있습니다. 입국은 아무래도 일부러 그런 균들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역가가 4~5배 정도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누룩보다는 입국을 사용하게 된다고 하네요.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주류를 관리하는 국세청에서 안전성의 이유로 누룩보다 입국의 사용을 권장합니다....)




<막걸리 제조 공정> 

오늘 보는 과정은 처음부터가 아니라서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이 막걸리 제조 과정을 헷갈려하실것 같아 간단히 제조공정을 보여드릴게요. 이미지 속 담금횟수 같은 부분은 업체마다 다르니 과정만 참고해주세요. (서울탁주 홈페이지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재료

1. 밑술 (주모) 만들기

2. 담금조에서 배양하기
- 1차 담금, 2차 담금 등, 담금 횟수는 업체마다 다름
- 이미지에서는 팽화미가 적혀있는데 이것도 업체마다 다릅니다 

3. 거르기

4. 포장 후 출고

이렇게 순서가 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koreawine.co.kr/2011/c1/page5.php



오늘은 밑술 담그는 것부터 보지 않고 담궈진 밑술과 1단담금(밑술+전분)에 효모증식을 위해 고두밥을 넣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 그럼 이제 술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러 출발.

매일 아침 5시에 작업하는 고두밥 작업. 오늘은 이 작업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고두밥 넣는 시간을 좀 늦춰주셨셨어요. 대표님 감사합니다..^^
1단으로 담궈진 밑술에 더 많은 효모가 생기도록 먹이를 넣어주게 되는게 그 먹이가 바로 전분으로 이루어진 고두밥이 됩니다. 효모가 밥을 많이 먹으면 알코올도 생기게 되는거죠.

고들고들하게 지어진 고두밥. 양조장에서는 대량으로 밥을 지어야하기 때문에 증기를 이용하여 밥을 찐다고 합니다.

담금조에 넣기 위해 삽으로 밥을 푸고(?) 계시는데요..... 

저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ㅎㅎ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이거이거... 삽질에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양은통(?)은 각 발효조마다 넣는 고두밥 량의 동일화를 위해 사용되어지는 계량컵입니다.

이렇게 고두밥을 넣어서 1단담금통에 

넣어줍니다!! 

이렇게 고두밥을 넣고 2~3일정도 발효되면 동일한 작업을 거쳐 2단담금까지 하게되죠..^^ 이렇게 고두밥이 삭아가면서 세종주조의 발효실에 있는 모든 발효조가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D

-

사실 담금조에 고두밥을 넣기 전, 제일 기본 작업은 이 주모(밑술)!
술의 제일 기본을 만드는 작업인데요. 집에서 술을 빚을때도 이 밑술이 제일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주모가 건강하고 맛있게 빚어져야 그 술 맛의 기본이 잡힌다고 생각해요. 주모를 만드는 모습을 못 봤지만, 만들어진 주모는 볼 수 있었습니다 ^^

이제 막 만들어진 주모 (세종주조 기본 막걸리, 쌀 70%, 밀가루 30% 배율로 빚어진 주모입니다)

2~3일 발효되면 이런 모습입니다. 가운데 꽂혀있는건 온도계에요. 살아있는 주모이기에 온도조절은 기본! 효모가 좋아하는 온도를 맞춰주기 위해 항상 이렇게 온도가 측정되고 있습니다. 양조장에서는 기술적으로 이 온도관리가 잘 되어지고 있어 실패할 확률이 적지만, 저는 올 여름..온도조절에 실패해 맛있는 술을 빚지 못한 기억이 있어요....흑흑

집에서 술 빚을 때 주모를 보며 항상 '아이 이쁘다~, 맛있게 빚어져라~' 라고 속삭이곤 하는데, 경기호대표님도 저랑 같이 하신다고 하세요~ ㅎㅎ 주모를 보며 항상 '이쁘다~ 건강해야한다~'라고 쓰다듬어준다고 하시네요..^^

보글보글 발효중인 주모 모습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주모를 가지고 더 큰 발효조에서 본격적인 막걸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이제 막 발효가 시작되는 담금조 안! 항상 맛과 향을 보아가며 확인을 해야한다고 하십니다. 저도 집에서 술을 빚으면 주기적으로 항아리 뚜껑을 열어가며 상태를 확인하곤 하는데, 이때만큼 재미있고 신기하고 기다림의 미학을 알게 해주는 순간이 있을까 싶어요 ㅎㅎ

귀를 대어보니 소나기 내리는 소리라고 해야할까요...^^ 쏴~~~~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아찔하게 하는 가스가 느껴집니다. 항아리에서 느끼던 소리, 향 그대로에요. 스케일만 살짝 커져있을 뿐 :)
효모와 쌀이 만나 작용하면서 특유의 과일향이 올라오는데, 세종주조의 주모에서도 상큼한 과일향이 올라옵니다. 풋사과향이랄까요. 국이 잘띄워지면 이렇게 과실향이 올라오는데, 주모에 있는 국이 잘 띄워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며칠간 발효를 마치고 나면, 보글보글 활동은 좀 잠잠해지고 쌀알이 술 표면에 동동 뜨게 됩니다. 효모가 쌀 안에 있는 좋은 영양분을 다 먹다보니 남은 쌀들이 가벼워져서 이렇게 위로 뜨게 되는데요, 이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 바로 동동주...죠^^ 

이렇게 발효가 마쳐가는 막걸리는 이제 기계로 걸러져 깨끗한 물을 가수하여 막걸리 도수가 맞춰지면서 막걸리 병에 담겨져 상품으로 나오게 됩니다 :)

아직 물이 가수되지 않은 원주를 맛보여주신다고 하여 따라 올라갔습니다...15%정도 되는 원주. 제 시선이 줄곧 원주에 꽂혀있네요... 부끄럽습니다. 즐거워

꿀꺽꿀꺽꿀꺽. 꺄~~~~~~~~~~~~~~~~~~

역시 막걸리 원래 맛은 이 원주인데 말이죠!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원주를 판매하고 있긴한데, 막걸리의 원주를 판매하는 양조장이 많지 않아요.. 대표님은 이 원주도 상품화 하고 싶지만, 원주는 아직 양념으로 조미가 되지 않은 순수한 술이라서 도수도 높고 곡주 특유의 맛이 나지요. 대중의 입맛이 조미에 익숙하여 원주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해 상품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네요. 이게 진짜 우리 술 맛인데 말이죠. 


마지막 최종과정. 병에 병입 후 상품으로 나오는 기계 앞에서 기념 샷 촬칵.


이렇게 원주 맛을 다 보고, 세종주조 막걸리 13가지 시음하러 왔습니다..^^

일단 색만보고 어떤 술인지 맞춰보기로 했는데.... 꽤...맞췄습니다. 하핫'ㅅ'v
매일 막걸리 마시고 다닌 보람이 있네요......



우리나라 술 중에서 제일 만들기 어려운 술이 바로 이 막걸리입니다. 좋은 재료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발효식품인지라 술이 익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죠. 쌀 혹은 밀을 재료로 사용하는 막걸리를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각 지역의 특산물을 가지고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어내는 세종주조.. 다시 한 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술을 공부하게 되면서 술을 마셔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이 막걸리가 저렴한 술로 인식되는 것이 참 속상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술 맛과 풍류를 공부하게 되면서 우리 몸에 맞는 좋은 술을 빚어보고, 그 술과 어울리는 우리의 문화를 찾아나서는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곤 합니다. 막걸리가 빚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에게 좋은 술과 그 문화를 빚어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없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사라진 우리의 것을 되찾아와서 요즘 스타일과 어울리게 하는 것이 임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주탁주 세종. 경기호 대표님.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 71-1





마무리 전에 잠깐!
세종주조의 부재료가 들어간 대표적인 막걸리. 알밤막걸리와 민들레막걸리!!! 의 핵심 공정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여자들이 좋아하는 알밤 막걸리 담금조에서 열심히 효모가 밥먹고 술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알밤막걸리..친구들이 간혹 진짜 밤이 들어가냐고 묻곤했는데.. 진짜 밤, 들어간답니다!!

알밤을 볶아서 분말을 내어가지고 이렇게 담금조에 넣고 같이 발효시킨다고 하네요. 신기신기 


그리고 민들레 막걸리의 맛을 내는 민들레 분말!
처음부터 넣고 빚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발효과정에 이렇게 넣는다고 합니다. (부재료를 넣는 시기는 재료의 성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렇게 3~4일 정도 발효가 끝나면, 민들레막걸리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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